[드디어 런던 시내를 헤집을 시간이 왔다]
(본 사진의 저작권은 본인에게 귀속됨)
영국에 오기 전 숙소에 대해 두 가지 계획을 세웠다. 첫번째는 숙소를 구하기 전까지 나를 영국으로 날아오게 한 장본인이 현재 살고 있는 곳에 더부살이 하는 것이요, 두번째는 만약 그 장본인과 연락이 두절되었을 시 영국에 같은 날 도착하는 나의 친구 대영씨가 묶기로 한 민박집에 달려가는 것이다.
여권에 도장도 박았겠다, 부족한 니코틴도 충족했겠다, 이제 남은 것은 혹시나 실행해야 할지도 모를 플랜B를 위해 이 히스로 공항 3번 터미널의 별다방에서 친구 대영씨를 만나는 것 뿐이었다.
여기 처음 히스로 공항에 오는 모든 분들이 알아두어야 할 정보가 있다. 히스로 공항 3번 터미널에는 스타벅스가 없다. 5번 터미널은 가보지 못하여 히스로 자체에 스타벅스가 없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본인의 경험으로 2010년 현재까지는 1번, 2번, 3번, 4번 터미널에는 스타벅스가 확실히 없다. 이 말인 즉슨, 나는 한 시간 동안 있지도 않은 스타벅스를 찾기 위해 별로 넓지도 않은 3번 터미널 내부를 빙빙 돌아다녔다는 얘기다. 참고로 히스로 3번 터미널에 있는 적절한 만남 장소로는 카페 네로Cafe Nero나 프레따망거Pret a Manger 정도가 있다. 네로같은 경우는 3번 터미널 입국소 출구에서 밖으로 나가는 위치에 바로 있으니 누군가를 만난다면 가장 적절하다 할 수 있다.
결국 포기했다. 입국 심사대에서 엇갈린지 시간도 꽤나 많이 흘렀고, 그래서 나조차도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대영씨가 차라리 숙소에 들어가서 쉬고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5시간이나 기다렸으면 정말 미안하니까. 그래서 일단 영국에 미리 살고 있던 지인의 친구분에게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지인에게 바로 하지 않은 이유는, 그는 지금 이 시간에 크로아티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연락이 될 턱이 있나.
[3번 터미널에 스타벅스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내 뒤에 Cafe Nero가 있었을 뿐]
(본 사진의 저작권은 본인에게 귀속됨)
공중전화 기본 사용료가 40펜스라는 사실은 공중전화에 돈을 넣는 손을 떨게 하기 충분했지만(1파운드 2,000원으로 계산하면 40펜스는 800원이다. 한국은 2009년에 70원이었지 아마?),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몇 번의 실패 끝에 연결음이 가고 부산 사투리를 쓰시는 친구분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엘레펀트 앤 캐슬Elephant & Castle 역으로 와서 전화하라고 하시는군. 일단 가기로 했다.
[이제부터 떠나야 했던 나의 여정]
(출처: 런던 교통국 http://www.tfl.gov.uk)
[엄청 흥분했다]
(본 사진의 저작권은 본인에게 귀속됨)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영국의 지하철은 Tube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세계 최초라는 점과 건설 당시 사용하던 선로와 터널을 소정의 리모델링 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더럽다는 점에서 정말 유명하다. 그래서 상당한 기대감을 지니고 있던 나는 저 멀리 튜브의 입구가 보일 떄 나는 흥분하고 말았다. 그리고 30분을 기다려서 산 신기한 종이티켓을 처음 보는 개찰구에 찍고 들어가 튜브를 탈 때까지 계속 흥분상태였다. 이국의 교통수단을 처음 이용할 때의 그 흥분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적어도 외형적인 신비감이 가시고 결국 이건 좀 더 빨리 이동하기 위한 동일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이성적인 통찰을 되찾을 때 까지는 대중교통 이용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이런 흥분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심지어 지하철을 4파운드, 그러니까 한화 8,000원 가량을 주고 탔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들 정도다.
과연 영국의 튜브는 명불허전. 이름에 걸맞게 동그란 차체, 게다가 내부마저 둥글다. 그 내부는 너무 좁아 사람이 설 공간조차 없어보인다. 이렇게 생겨도 탈 사람들은 다 알아서 타더라. 왠지 출퇴근시간대는 한국의 지옥철을 능가하는 광경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군.(이 느낌은 후일 사실로 밝혀졌다. 죽는 줄 알았다.)
[이어폰이 없었다면 분명 120%의 확률로 귀가 멀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 사진의 저작권은 본인에게 귀속됨)
지하철 노선도 보는 법은 일본을 제외하면 비슷한지라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어, 도중 차링 크로스Charing Cross 역에서 괴랄한 장면을 목격한 것 외에는 없었다.
엘레펀트 앤 캐슬 역이 있는곳은 베이커루Bakerloo 선이라 갈아타기 위해서는 2번 환승을 해야했기에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느라 꽤나 지쳐 있어서 차링 크로스 역에서 퍼져 있을 무렵이었다. 기진맥진하여 몸을 짐에 기대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저쪽에 연미복을 입은 청년 무리가 보였다. 명색이 금요일 밤이라 테마 파티라도 가는 모양이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담배를 꺼내 무는게 아닌가. 얼굴을 보니 불그죽죽한 것이 다소 취해있는 듯 했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고, 그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여유롭게 담배를 피더니 열차가 오자 여유롭게 선로에 담배를 던져넣고 유유히 열차에 올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영국은 공공장소에서는 금연이다. 이를 어기면 1,000파운드라는 웃어넘길 수 없는 막대한 금액의 범칙금을 물어야 하는데, 참으로 담대한 청년들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그 때는 이를 알기 전이라 영국은 지하철에서 담배를 펴도 괜찮은 줄 알았고, 그 장면이 너무도 신기했기에 사진을 찍어두려 했지만 짐을 옮기느라 너무나도 피곤했기에 카메라를 꺼내지 않고, 내가 그 막대한 짐을 들고 타기에는 너무나도 만차였던 열차를 떠나보낸 뒤에야 여유를 찾고 카메라를 들어 그냥 역 내부만 찍었다. 절대로 그들에게 너 사진 왜 찍냐고 두들겨 맞을 것을 두려워 해서가 아니다.
[난 그냥 역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찍고 싶었을 뿐이다. 진심으로]
(본 사진의 저작권은 본인에게 귀속됨)
여하튼 짐이 무거운 것을 빼면 별 어려움 없이 엘레펀트 앤 캐슬에 도착하여 밖으로 올라와 그 지인의 친구분께 전화를 하기 위해 공중전화로 갔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개찰구를 빠져나오니 바로 공중전화가 있더라. 나는 여유롭게 전화번호를 적어놓은 수첩을 꺼내들고, 아까 공항에서 음료수를 사먹느라 펜스를 다 썼기에 피흘리는 심정으로 1파운드 동전을 꺼내들어 전화기에 넣고 다이얼을 돌….
신호가 안간다.
뭔가 이상하다. 일단 수화기를 다시 걸었다. 영국이나 한국이나 공중전화기에 돈넣고 전화 걸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수화기를 걸면 돈이 반환되는건 마찬가지겠지. 이건 전세계 공통 법칙이다. 그런데 안나온다.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 생각은 동전이 위쪽에 걸려 있어서 돈 카운트가 되지 않았고, 따라서 뭔가 무거운 물체를 더 넣으면 무게에 밀려 동전 두 개가 모두 안에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1파운드 동전 하나를 더 넣어보기로 했다. 투입구로 사라지는 동전을 보며 자 이제 됬겠지 하고 액정을 보니 여전히 ‘돈을 넣어주세요’ 다. “이게 왜이러지 하하하하” 라는 표정으로 전화기를 흔들어보기도 하고 한국에서 자판기가 묵묵부답일 때 으례 그러하듯 손바닥으로 탕탕 쳐보기도 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하하하하하~ 이러면 안되는데~ 왜이러니~ 아하하하하하~]
(출처: Google Image Search)
공중전화 부스는 2개가 붙어있는거라 옆 전화기에도 1파운드 동전을 넣어봤다. 얘도 마찬가지다.
당장 부스에서 뛰쳐나와 바로 앞 역으로 달려들어가 역무원에게 질문을 했다.
나: 공중전화가 돈을 먹었어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역무원: 몰라염.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봤다. 몇 명에게 시도해 보았지만 다들 무시하고 지나간다. 과연,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 자빠져도 자기 갈 길을 간다는 영국인들 답다. 겨우 한 흑인을 붙잡아 하소연을 하니 마지못한 것이 역력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70펜스 가량을 꺼내주며 다시 한 번 해보라는 대답을 해준다. 그래, 50펜스도 1파운드 동전에 못지 않게 무거우니 이번에야말로 내려갈거야, 하고 되뇌이며 내 2파운드를 머금고 있는 전화기로 달려가 동전을 넣었ㄷ….
[킥!]
(출처: Google Image Search)
죽어! 죽어! 죽어!!
가뜩이나 30kg에 달하는 짐을 들고 지하철의 막대한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짜증이 나 있는 상태였다. 잔의 물을 넘치게 하는 것은 마지막 한 방울인 법이다. 이성의 끈이 날아갔다. 나는 공중전화에게 온갖 욕설과 린치를 감행함으로써 런던 시민들에게 저 공중전화가 살아 움직여 저 동양인이 보는 앞에서 그의 부모를 살해하고 누이를 능욕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망상의 빌미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날아차기를 감행하는 도중 공중에 떠있는 동안 옆에서 누가 “어이 친구, 진정하시지Oh my god dude, cool down”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고, 공중전화를 가격함으로써 부스가 잠시 기울었던 것을 넘어가지 않도록 다시 잡아 제자리시킨 뒤 고개를 홱 돌려 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았다. 동네 노는 형 같은 분위기의 두 사람이었는데, 시기적절한 농담이었기에 난 그냥 씨익 웃어줬을 뿐인데 갑자기 껄렁껄렁하던 그 둘은 경건한 자세를 취하더니 급한 일이 생각난듯 서둘러 길을 갔다. 의아해하며 다시 고개를 돌리는데 공중전화 부스 유리에 내 모습이 언뜻 비쳤다. 웬 악귀나찰이 핏발 선 눈으로 살기등등하게 웃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짐 위에 앉아 담배를 한 대 폈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지하철 출구 근처였지만, 나를 중심으로 반경 3미터 이내에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아서 비교적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짐을 끌고 주변을 돌아다녀봤지만 공중전화는 저 길 건너편에 있는 것 말고는 보이지 않는다. 맨몸으로라면 모를까, 이런 짐을 가지고 한가운데 구분 펜스까지 쳐져있는 6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것은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1km 가량을 빙 돌아서 공중전화 앞으로 갔다.
다시 내 분노를 표출할 필요가 없게 되어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일단 보이스 메일을 남겼다. 60펜스. 10분 뒤에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었다. 역시 받지 않는다. 또 60펜스. 이쯤이면 확인을 하고 전화를 되걸어주지 않을까 싶은 시점이 지나서 다시 한 번 전화를 했다. 다시 60펜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밤 11시 반이다. 일단 자야할 것인데 잘 곳이 없어졌다. 여행은 임기응변이라는 마인드로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짐을 뒤져 유학기간동안 여행다닐 때를 대비해 참고용으로 산 여행 안내책자를 꺼내들어 숙박할만한 곳을 찾아봤다. 여기가 Elephant & Castle 이니까, 엘…엘…엘…. 없다. 사실 Elephant & Castle은 주변이 거의 일반 주택가이고, 비지니스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데다가 관광과는 담을 쌓은 곳이라 숙박업소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이 근처에 숙소가 없음을 확인하고 다른 곳에 묵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런던에 처음 떨어진데다가 지도도 뭣도 하나도 없는 상태라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튜브마저 거의 끊길 시간이다.
약간 번외적이지만 한 마디 해야겠다. 이 때 내가 참고했던 여행 안내책자는 악명높은 Just go 시리즈의 영국편이다. 웬만하면 이건 사지 않으려고 했는데 영국을 안내한 책자가 거의 없어서 결국 살 수 밖에 없었다(신발끈 여행사에 직접 문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심지어 론리 플래닛 한국어판도 영국편이 없었다. 세계로 간다 시리즈도 마찬가지고. 한마디로 영국 관련 여행책자가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2009년 당시에는 그랬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Just go 시리즈가 욕을 먹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다른 분들이 주로 지적하시는 기존 여행책자의 내용과 온라인 자료들의 짜깁기라는 점에 있어서는, 솔직히 나는 그러려니 한다. 관광명소나 이런 것들은 어차피 하나의 사실을 두고 설명하는 것이니 어떤 글을 보든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하지만 정말 못참겠는 것은, 책 표지에서부터 ‘배낭여행자를 위한 동반자’ 어쩌고 해놓고서 숙박 칼럼에는 가증스럽게도 민박, 하다못해 호스텔조차 소개를 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분류는 대충 럭셔리, 프리미엄, 이코노미 뭐 이런 식이었고, 이코노미에 소개된 숙박업소들의 평균적인 가격은 1박에 100파운드 정도였다. 단적인 예로, 이비스Ibis 호텔이 이코노미 칼럼에 속해 있었다. 말 다했지. 물론 릿츠 칼튼이나 매리엇 같은 호텔에 비하면 이코노미로 칠 수도 있겠지만…. 이봐요. 벤츠하고 에쿠스 사이에 그랜져가 있다고 해서 그랜져가 마티즈와 같은 급이 되는건 아니잖소? 여기에 더해 주소만 덩그러니 나와있고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배낭여행자를 위한다는 주제에 지금 택시를 타라는거요?
단적으로 평하건데, Just go 시리즈는 정말 성의없게 만들어졌을 뿐더러 배낭여행에는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혹시나 여행책자가 필요한 분이 있다면, 아무리 거지같은 장소도 Magnificent와 Fantastic으로 도배해버린다는 특징에도 불구하고 론리 플래닛 시리즈가 절대적으로 낫다. 뭐 어딜 가든 거기에 대해서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뿐이고, 최소한 론리 플래닛 시리즈는 배낭여행자를 위해 노력한 티는 나니까.
[뭐 누구에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단언컨대 별로다]
(출처: Google Image Search)
이제 곧 6월이지만 런던의 날씨는 아직 쌀쌀해서 반팔 티만 입은 팔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정도 날씨면 노숙을 할 정도는 된다. 가방에서 옷을 좀 꺼내 입으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이민자 가방은 무거운데다가 옷가지와 사소한 가전제품 정도밖에 들어있지 않으니 그냥 옆에 두면 되겠고, 카메라 가방은 앞을 자물쇠로 잠궈서 몸통에 감고 자면 되겠다. 랩탑과 여권, 지갑 및 서류 등 여행의 핵심적인 물건이 죄다 들어있는 배낭은 역시 자물쇠로 잠그고 한쪽 팔을 어깨걸이에 껴둔 상태에서 베개삼아 벤다면 누가 건드리면 바로 알아챌 수 있을것이다. 일단은 피곤하니 한 잠 자고서 아침에 다시 생각해 보는게 최선일 듯 하다. 일단 마지막으로 전화를 해 보고 나서.
거의 노숙을 확정지은 상태에서 이번에는 지인의 친구분이 아니라 지인의 휴대폰에 직접 전화했다. 희망을 버리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외국에서 노숙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일 것이다. 남들에게 얘기할 수 있는 추억담이 하나 생긴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게다가 남들은 다 와보고 싶어서 부러워하는 런던인데, 이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ㄱ….
지인: 여보세요?
나: 씨발 형 살려줘!
살았다! 노숙 안해도 된다! 잘 곳이 생겼다! 낭만은 무슨 좃까고 있네!
노숙하다 부랑자한테 칼맞을 일 있냐? 난 침대에서 잘꺼야! 런던에 왔단말야!
도시에서 노숙이 뭐야 말도안돼!
그 대부분이 하소연으로 점철된 긴 통화 후 10분 뒤 저 멀리서 내 눈에 비치기를 그 찬란하기가 아폴로의 태양마차에 이르고도 남을 혼다 시빅 한 대가 다가왔다. 내 지인, 온 몸의 뼈가 사리로 변하고야 말 인생을 살게 되는 저주를 걸고싶었던 내 지인,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후광이 너무나도 찬란하여 이 사람은 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반갑게 느껴지는 내 지인 동호씨가 그의 친구들과 함께 차에 타고 있었다. 진심으로 외치고 싶었다. 신이시여. 당신은 존재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렇게 나는 입국 심사대에서부터 10시간에 걸쳐 런던에 도착했다. 그 이후의 일은 별 것 없다. 그 날 알고보니 이 사람들은 클럽에 가기로 되어 있어서, 어차피 다 같이 사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인사도 할 겸 잠시 집에 들러 짐을 두고 그 무리와 함께 클럽에 갔다가, 데킬라 2잔을 마시고 너무나도 피곤하여 잠시 소파에서 쉬고있는 것을 취해서 몸을 못가누는 것으로 오인받아 덩치가 산만한 흑인 기도에게 떠밀려 나온 것 정도다. 돈 내고 클럽에 들어가서 2시간만에 자지도 않았는데 쫓겨 나왔다. 외국에서 처음 간 클럽인데.
아무려면 어떠리. 잘 곳이 생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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